보통 사람들은 돈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데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소유한 상품을 구매하려면 돈을 내야 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내가 소유한 상품을 사려 할 때도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좀 더 깊고 근본적인 의문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상거래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입니다.
거래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거래는 전문 기술이 있는 사람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물고기 잡는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주먹도끼 만드는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과 물건을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특별한 전문 기술이 없다면 양쪽이 모두 이익을 보는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래와 전문화는 더 많은 전문화(분업)을 낳고, 더 많은 전문화는 더 많은 거래 기회를 낳고, 더 많은 거래 기회는 더 많은 전문화를 낳고... 거래와 전문화는 마치 서로가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처럼 한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더욱 더 속도를 높이면서 진행됩니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우리를 둘러싼 생물 세계를 창조한 것처럼, 거래와 전문화는 우리가 생활하는 상업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화된 직업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노동과 상품 혹은 서비스를 거래합니다. 그 상품과 서비스는 아보카도를 재배하거나 백열전구를 만들거나 전기를 공급하는 일처럼 자신과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제공하는 것입니다.실제로 서로를 보강하면서 함께 커 나가는 거래와 전문화는 놀라운 정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전 세계에 사는 수천 명, 어쩌면 수백만 명이 전문적으로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절 이용하지 않고 사는 현대인은 없을 것입니다.
가치를 저장하는 방법
직접 거래를 할 때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부는 생선을 빨리 교환해야 합니다. 만약 하루나 이틀 안에 교환하지 않으면 생선은 썩게 됩니다. 이때 돈이 등장하자 거래 기회는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누군가 타임머신을 만든 것처럼 사람들은 미래로 여행을 가서 상품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돈을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돈을 '가치 기준'으로 사용하려면 의심 없이 비교적 변동 없이 공급할 수 있는 물건을 돈으로 삼아야 합니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치가 올라가고 공급이 넘치면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돈은 소금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잘 알려져 있었고, 일정 비율로 꾸준히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마 군인은 소금을 봉급으로 받았습니다. 라틴어로 소금은 '살'인데, 영어에서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차용 증서는 금보다 가볍다
소금은 이상적인 돈이 아닙니다. 금으로 만든 동전이 소금보다 훨씬 괜찮은 화폐입니다. 돈을 빋을 갚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이지만, 금화가 처음으로 등장한 곳은 기원전 700년 무렵의 그리스입니다.
문제는 금화는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금화가 많은 부자들은 더욱 곤란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굳이 무거운 금괴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차용 증서를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면 손님은 금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이 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게 되는 겁니다.
결국 금 세공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을 보관하고 차용 증서라는 새로운 형태의 돈을 발급하는 은행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고객의 금을 보관하고 차용 증서를 발급한 금 세공사는 곧 사람들이 금을 즉시 돌려갈 생각이 없다는 사실과 자신이 보관한 금보다 더 많은 차용 증서를 발급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너지 자원은 거래량을 늘린다
현대인들의 생활 수준을 결정 짓는 요소는 넓은 무역망만이 아닙니다. 거래망만큼이나 일인당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이 늘었다는 사실도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직접 노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아 노동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물이나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기술 혁신이 일어났고 그 덕분에 노동력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한 뒤부터 한 사람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화석 연료는 수억 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자원입니다.
거래가 증가한 사건과 어떤 자원보다 강력한 에너지 자원을 개발한 일 중에 어떤 일이 지난 1000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더 기여했는지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역이 증가했기 때문에 석탄을 거래할 만큼 충분히 많이 캐낼 수 있었고 원자력 발전소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늘었기 때문에 거래량도 증가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