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심지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한 지역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랙홀을 아주 난해하고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은하는 블랙홀 때문에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블랙홀은 너무나도 놀라워서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상의 실재도 폭로합니다. 우리 우주가 거대한 홀로그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입니다. 이 말은 당신도 홀로그램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중력 법칙인 일반 상대성 이론이 내놓은 예측입니다. 블랙홀은 사건 지평선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사건 지평선은 그 안으로 들어간 물질과 빛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막는 가상의 막입니다. 사건 지평선의 바로 바깥 부분을 맴돌 수 있는 우주 비행사가 있다면, 그 사람의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이론대로 아주 느리게 갈 테고, 이론적으로는 바깥쪽을 쳐다보면 우주의 모든 미래가 영화를 빨리 감은 것처럼 눈앞에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모든 은하에는 블랙홀이 있다
1963년에 네덜란드 출신 미국 천문학자 마르턴 슈미트(Maarten Schmidt)가 발견한 퀘이사는 은하의 아주 밝은 중심부에 있으며,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봉화처럼 빛납니다. 퀘이사의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려면 거의 우주의 나이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퀘이사는 시간이 시작될 때도 빛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슈미트가 퀘이사를 발견하고 오랜시간이 흐를 때까지도 천무학자들은 그런 거대 질량 블랙홀은 우주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퀘이사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강력한 괴물은 전체 은하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곳에서만 나타나는 드문 예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거대 질량 블랙홀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몇 은하뿐 아니라 우리 은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부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은 대부분 휴지 상태인데, 주변에 있는 성간 가스와 항성을 모두 집어삼켰기 때문에 더는 먹을 것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트라는 힘
아주 작은 거대 질량 블랙홀이 광대한 우주 공간으로 자신의 힘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제트 덕분입니다. 소용돌이치며 망각의 강으로 들어가는 가스에 회전하는 자기장이 생기고, 그 때문에 회전하는 블랙홀의 양극에서 바깥쪽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물질이 뿜어져 나옵니다. 이렇게 분출되는 강력한 물질의 흐름을 제트라고 부릅니다. 제트는 은하의 항성들을 뚫고서 은하간 공간으로 나와 뜨거운 가스로 가득 찬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1980년대 초반에 미국 뉴멕시코에 설치한 극대배열 전파망원경의 스물입곱 대 전파 안테나가 처음으로 로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얇은 실 같은 제트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트는 물질을 가속화하려는 우리의 소박한 시도를 조롱합니다. 제네바 근교에 있는 강입자 충돌기는 고작 1나노그램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킬 수 있을 뿐이지만 자연은 매년 태양 질량의 몇 배에 달하는 질량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우주에 제트를 뿜어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거대 질량 블랙홀에 지고 있는 빛은 그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대부분 은하에서 거대 질량 블랙홀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거대 질량 블랙홀이 은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주에 생긴 거대한 가스 구름이 자체 중력 때문에 극적으로 붕괴하면서 항성을 마늘지 않고 먼저 거대 질량 블랙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 뒤에 제트가 분출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갑니다. 제트가 진공을 떠다니던 비활성 가스 구름과 충돌하면 그 충격으로 인해 구름이 붕괴되고 산산조각 나면서 항성이 됩니다. 다시 말해 은하가 생기는 것입니다.
무질서함의 한계
호킹은 사건 지평선 바로 밖에서 진행되는 양자적 과정을 상상했습니다. 우리를 감싼 진공에서는 어제나 아원자 입자와 그 반입자들이 갑자기 함께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자연은 이런 가상 입자를 만드는 데 쓴 에너지는 금방 돌려받기 때문에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쌍을 이루는 입자 가운데 하나가 블랙홀로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홀로 남은 입자는 사라질 때 필요한 짝 입자가 아니라 영구히 남는 입자가 된 것입니다. 입자를 영구히 남게 하려면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가져 와야합니다. 바로 블랙홀의 중력 에너지에서 말입니다.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이루는 무수히 많은 입자에 자신의 에너지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거나 증발할 때까지 질량 에너지를 서서히 잃어 갑니다.
블랙홀의 정보 손실 역설을 해결할 단서는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야코브 베켄스테인(Jacob Bekenstein)이 제시했습니다. 베켄스테인은 사건 지평선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발견했는데, 바로 블랙홀의 표면적은 블랙홀의 엔트로피와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에서 물체의 엔트로피는 미시 세계의 무질서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 내용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엔트로피는 정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 자리의 숫자가 다른 자리의 숫자와 관계가 없는 십억 단위의 수는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가 아주 높습니다. 또한 그 정보를 모두 전달하려면 10억 개에 달하는 숫자를 모두 말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십억 단위의 수는 아주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