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지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입니다. 동물은 섭취한 음식에서 수소를, 호흡한 공기에서 산소를 추출해 반응을 일으킵니다. 로켓은 액화 수소와 액화 산소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수소와 산소는 어떻게 반응하는 걸까요? 엄청난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수소와 산소 원자를 포함한 모든 원자는 작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핵의 힘은 막강한 전기력입니다. 원자마자 전자는 다양한 형태로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자는 에너지가 가장 적은 상태에 있길 바라기 때문에 최대한 원자핵과 가까이 있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물리 원칙입니다. 예를들어 높은 언덕에 있는 공은 중력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옵니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애를 씁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
로켓에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발생하는 일은 모든 화학 반응에서 일어납니다. 화학 반응은 전자들이 벌이는 '의자에 먼저 앉기 놀이'와 비슷합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 두개의 전자를 낚아채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는 하나로 합쳐져 물 분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때 수소 원자가 산소 원자에게 전자를 내주지만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실제로 서로 접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생물계가 채택한, 수소와 산소의 비폭발성 반응이 일어납니다.
비폭발성 반응을 위하여 생물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로 수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수소는 지구에서 홑원소 물질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소 기체는 세상에서 가장 가볍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즉시 하늘로 올라가 우주로 나가버립니다. 그러나 세포는 정교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크레브스 회로 덕분에 음식에 들어 있는 수소 원자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산소 원자 한 개당 수소 원자 두 개가 전자를 줍니다. 하지만 이 반응은 로켓과 달리 직접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는 단백질 복합체로 만들어진 길다란 사슬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수소 원자가 준 에너지로 가득 찬 전자는 단백질 사슬을 타고 여기저기로 이동합니다.
산소를 들이마시는 호흡
우리는 산소가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공기로 호흡합니다. 들어마신 산소는 실제로 4분의 1만 사용되는데, 우리가 내뱉는 공기의 15퍼센트는 산소입니다. 그래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실시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호흡한 공기는 아주 작은 규모까지 가지를 친 허파 내부로 들어갑니다. 허파꽈리(alveoli)라고 하는 말단 조직을 모세혈관이 촘촘히 둘러싸고 있어서 허파꽈리에 있는 산소가 적혈구로 전달될 수 있는 겁니다. 허파꽈리는 나뭇가지처럼 퍼져 있기 때문에 표면적을 넓게 펼칠 수 있고, 그로인해 혈관으로 들어가는 산소를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사람의 허파 표면적 넓이는 테니스장의 넓이와 비슷합니다.
혈구로 옮겨진 산소 분자는 그곳에서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 붙습니다. 혈구는 산소를 결합한 형태로 세포까지 운반하는데, 세포는 혈구가 운반한 산소와 음식에서 흡수한 수소를 결합해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중요한 것은 헤모글로빈이 주변의 산성도에 따라 행동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목적지인 세포에 다다르면 산성도가 달라지는데, 이때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세포 쪽으로 떨어뜨리고 이산화탄소 분자를 당겨옵니다. 이산화탄소 분자가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으면 혈구는 다시 허파로 돌아가고 이산화탄소는 허파꽈리를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식물
지구 생명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거의 대부분은 식물로부터 받은 태양 광선 에너지입니다. 빛 입자(광자)의 에너지는 식물 내부의 엽록소의 전자로 옮겨가고, 엽록소에 들어 있는 전자가 에너지를 얻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호흡이 음식에서 얻은 수소의 전자를 산소에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내뿜는 작용이라면, 광합성은 물에서 가져온 수소와 이산화탄소에서 가져온 탄소를 결합해 탄수화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산소를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입니다.
식물이 만든 탄수화물은 태양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국 식물을 먹을 때마다 그 속에 들어 있던 태양빛의 에너지를 꺼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식물이 죽고 땅에 묻히면 열과 압력을 받아 석탄 같은 화석 연료로 변형됩니다. 우리가 석탄을 태우면 과거에 지구를 찾아온 태양빛을 방출하게 되는데, 결국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지구가 붙잡은 태양 광선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