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에게 매우 친절했습니다. 우리가 위치한 행성은 햇빛도 투과하지 못하는 짙은 구름에 쌓인 금성과는 다릅니다. 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은하수의 중심처럼 항성이 모여 있는 지역도 아닙니다. 우리는 대다수의 별이 연료를 전부 사용하고 타닥거리며 꺼져 가는 우주의 마지막 순간에 탄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지구에 설치한 망원경으로 저 멀리 우주 끝의 지평선을 볼 수 있습니다.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1929년에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발견했습니다. 은하가 서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는 말입니다. 영화를 뒤로 되감는 것처럼 우주가 팽창해 온 과정을 과거로 되돌려본다고 상상해보면 시간은 138억 년 전,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것이 매우 작은 공간 안에 들어 있던 순간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우주가 태어난 순간, 즉 빅뱅입니다.
뜨거웠던 우주
우주가 작은 공간 안에 압축된 상태로 담겨 있을 때는 분명히 아주 뜨거웠을 겁니다. 자전거 공기 주입기에 압축해 집어넣은 공기가 뜨거운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빅뱅은 뜨거운 빅뱅입니다. 우주는 뜨겁고 조밀한 불덩어리 상태로 탄생했습니다. 태어난 뒤부터는 계속해서 커지고 차가워졌습니다. 이 차가워진 잔해들이 엉겨 붙어 우리 은하를 비롯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은하들이 되었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가 눈도 못 뜰 정도로 밝게 빛나던 때가 있었지만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었기 때문에 이제 더는 눈으로 그 빛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에 지금은 극초단파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이지만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이 포착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 나오는 잡음이나 화면에 나타나는 작은 하얀 반점의 1퍼센트는 빅뱅이 남긴 잔열입니다. 텔레비전 안테나에 잡히기 전까지 우주 배경 복사는 138억 년 동안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왔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가 마지막으로 접촉한 것은 빅뱅의 불덩어리였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
빅뱅 가설은 성공한 가설이지만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와는 몇 가지 점에서 크게 어긋납니다. 우선 우주 배경 복사가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일정하게 도달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바꿔 말하면 하늘의 모든 곳에서 우주 배경 복사으 ㅣ온도는 대부분 비슷하게 절대 영도보다 2.725도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뒤로 돌리는 것처럼 팽창하는 우주를 빅뱅 복사가 처음 나타났을 때로 되돌리면, 오늘날 하늘에서 각거리가 1도이상 떨어져 있는 우주의 지역들이 그때는 서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빅뱅 불덩어리의 어느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조금 더 빨리 온도가 내려갔더라도 주변에 있던 열이 온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해 두 곳의 온도를 균일하게 맞출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늘 전역에서 내려오는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는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에 도착하는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는 하늘의 모든 지역에서 동일합니다.
팽창 중인 우주
기본 빅뱅 모형대로라면 하늘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는 지역마다 달라야 할 뿐 아니라 현재 관측되는 결과와 다른 점이 두 가지 더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 빅뱅 모형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 속도는 느려져야 합니다. 어쨌거나 은하들은 상호 중력의 작용으로 인해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으니까요. 마치 고무줄로 만든 거대한 그물이 은하를 잡아당겨 서로에게서 황급히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1998년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대로라면 우주의 팽창 속도는 모든 예상과 달리 늦춰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라졌습니다.
이것은 우주에는 중력을 이기고 은하를 서로 멀어지게 하는 더 큰 규모의 또 다른 힘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신비한 힘은 100억 년 전쯤에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우주를 지휘했다고 여겨집니다. 물리학자들은 은하와 은하 사이에 있는 진공에 주목합니다. 그들은 진공이 압흑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합니다. 눈에 보이지 안흔 암흑 에너지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입니다. 암흑 에너지는 밀어내는 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밀어내는 중력 때문입니다.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
암흑 물질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면 우주가 태어나고 1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 형성된 냉장고 크기만 한 블랙홀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원자 입자일 수도 있고요. 분명히 입자물리학 이론들은 암흑 물질일 수 있는 후보들을 부족하지 않게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요약하자면 빅뱅의 기본 그림에는 반드시 세 가지 추가 사항을 덧붙어야 합니다. 우주에서 전체 물질의 71.4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암흑 에너지입니다. 신비에 싸여 있는 암흑 물질은 전체 물질의 24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우주는 4.6퍼센트만이 우리가 아는 평범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항성과 은하를 만든 물질들 말입니다. 더구나 이런 일반적인 물질도 우리는 망원경을 이용해 절반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너무나도 뜨거운 기체 상태로 은하 주위를 떠다니는데, 가시광선을 거의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다.
양자 이론에 따르면 미시적 차원에서 세계는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입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나누어지지 않는 덩어리인 양자에서 시작합니다. 에너지도 양자에서 시작합니다. 물질도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도 양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상도가 아주 높은 현미경을 가지고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누어지지 않는 알갱이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