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세대 동안 사람은 그저 자연이 생산한 것들을 그대로 먹었습니다. 사냥꾼은 사냥감을 쫓았고, 채집인은 숲을 돌아다니며 과일과 열매를 따야 했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8500년 무렵에 아시아 남서쪽 모퉁이에서부터 이제껏 태양 아래에서 일어난 적 없던 새로운 상황이 이어집니다. 새롭고도 혁신적인 삶의 방식이 나타난 것입니다.
농부의 탄생
기원전 8500년이 되면 곡물은 야생종들과 달라져 완전히 다른 종이 되어버립니다. 이때 밀은 사람이 기르는 작물이 되었습니다. 밀뿐만 아니라 배와 올리브도 작물이 되었습니다. 그 뒤 천 년 동안 사람은 많은 식물을 작물로 재배하였습니다. 현대 농업이 시작되었고 이 세상은 이제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인류는 왜 간빙기인 13만 년 전~11만 5000년 전이 아니라 현 간빙기에 농업을 시작했을까요? 그 이유는 그 이전의 인류가 현대인이 될 만큼 상상력과 지적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기원전 5만 년 무렵에 전 세계적으로 꽃핀 예술은 흔히 인간 정신에 심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
잉여 식량이 생기다
식량을 재배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한곳에 눌러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깐 이동을 멈추고 모닥불을 피워 밤을 보내지 않고 영구적인 정착지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농업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정착지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잉여 식량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농업은 수렵과 채집에 비해 1평방 킬로미터당 적게는 10배에서 많으면 100배까지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잉여 식량이 생기자 공동체는 땅을 지켜줄 병사도 부양해야 했습니다. 병사뿐 아니라 족장도 생겨납니다. 수렵/채집 사회는 대체로 평등했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일종의 중앙 정부가 필요해지고, 필연적으로 지배 엘리트의 통제를 받는 일이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은 땅과 자원을 둘러싼 갈등을 낳습니다.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다
인류는 식물만 조작하지 않고 커다란 포유동물을 잡아서 순하게 만들거나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에게 먹이를 주어 길렀습니다. 사람에게 잡힌 동물은 야생종과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 가축이 됐습니다. 사람이 제일 먼저 길들인 동물은 양과 염소입니다. 양과 염소는 기원전 8000년경에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가축이 됐고, 돼지와 누에는 기원전 7500년 무렵에 중국에서 길들여졌습니다.
과학 혁명의 시작
15세기 말, 선박의 출현 덕분에 세계 문명이 탄생했습니다.세월이 조금 흘러 18세기 말이 되면 기계화된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면서 세계 무역이 성장합니다. 이 산업 혁명을 이끈 동력은 처음에는 수증기였고, 그 뒤에는 석탄으로 바뀝니다. 석탄은 사람의 근육으로 만드는 에너지보다 150배정도 많은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전체 인구에서 겨우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농부가 너머지 압도적인 다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러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는 장인이 있었습니다. 장인은 단단한 칼과 도기를 만들어냈지만, 더 잘 할 수 있는 길로 이끌 '이론'을 세우는 일에는 무심했습니다. 그런데 17세기에 과학 혁명이 시작되면서 비행기, 항생제, 자동차, 컴퓨터, 중성자별, 핵반응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비극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사람들은 작물과 가축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불리해서 인구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적은 인구 탓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상호작용도 일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원주민이 유럽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나무와 돌로 만든 무기 뿐이었고, 탈 수 있는 동물은 아예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재앙이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에게 밀어닥쳤고, 전체 인구의 95퍼센트가 사라졌습니다. 총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도 많았지만 원주민을 학살한 건 유럽인들과 함께 들어온 천연두와 홍역 같은 질병이었습니다. 화가 폴 고갱은 "문명은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미래를 향하는 인류
지난 1만 3000년을 인간 사회를 돌아보면 혁신을 불러온 중요한 원동력은 사람들의 상호작용입니다. 사람들에게 정착지가 생기고, 최초로 마을이 생기고 다시 도시가 생기면서 서로 생각을 나눌 기회가 늘어났고, 그 기회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는 어둡기도 합니다. 인류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단 하루 만에 세계 문명을 파괴할 수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 인류가 멸종한다면 정말 애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달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등의 위대한 많은 일들을 성취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