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라서 사람들은 이러한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와 다른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유재산이 금지되고 중세 봉건주의 사회에서는 지배 계급만 자본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본을 소유할 자유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절반의 요소일 뿐입니다 .또 다른 절반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본을 거래할 자유입니다.
실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둘러싼 잘 알려져 있는 신화를 몇 가지 살펴보면 자본주의 내부의 작동 원리를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이 있고,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최고라고 믿으며 옹호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칩니다. '세계 자본주의는 시장이라는 확장된 교역망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자동적으로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최적의 상태로 균형을 이룬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즉 정치 규제를 포함하여 어떠한 규제도 없어야 한다.'
모든 것을 거래할 수 있을까?
스미스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자유 시장은 사람들 대부분이 수용하지 못할 테니까 말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을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아동의 노동력까지도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아동의 노동력을 거래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아동에게 노동을 시키면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며,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법안도 마련되었습니다.
<불평들의 대가>의 저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시장의 힘은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은 "모든 시장은 건설되고 규제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조작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믿음
자유 시장 원리를 의심 없이 믿는 이유는 자유 시장이야말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최선의 상태로 맞춰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 시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균형을 맞춰준다고 믿습니다. 정확하게 정의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시장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믿음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런 믿음을 품고 있으면 경제학자도 정치인도 시장이 작동하는 이유 혹은 작동하지 않는 이유라는 어려운 문제를 놓고 굳이 힘들게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하준은 그러한 태도를 책임 회피라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경제 이론
최근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폭락을 예측하지 못하는 지금의 경제 이론은 정확하지 않다는 믿음이 점점 사람들에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내재한 불안정성을 설명해줄 더 나은 경제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의견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활동한 어빙 피셔(Irving Fischer)와 같은 미국 경제학자들이 처음 제시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경제물리학으로 전향한 사람 중에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80억이 넘는 인구가 잘살고 못사는 일은 세계 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 맨해튼 프로젝트는 돈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시장은 가만히 두어도 복잡해서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데, 사람들은 필요도 없이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유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복잡한 금융 상품을 개방하는 일들 말입니다.
그린스펀은 이 같은 금융 상품은 '너무 복잡해서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 떄문입니다. 2008년에 도래한 금융 위기 때 이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누가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19세기에 오스카 와일드는 "오늘날 사람들은 모든 것의 가격은 알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21세기에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죽였다. 이제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회적으로 행동하려면 수익과 자기 이익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는 사람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