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물체가 있습니다. 각 물체 안에는 양인 물질과 음인 물질이 반반씩 섞여 있습니다. 두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지도 않고 밀어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작용하는 힘을 전기력이라 말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루는 보통의 물질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가 고르게 섞여 있습니다.보통의 물체 속에서 끌어당기는 힘(인력)과 밀어내는 힘(척력)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 전기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중력보다 강한 전기력
전기력은 중력보다 강합니다. 그저 10배, 100배, 100만 배 강한 것이 아니라 1만에 10억을 네 번 곱한 것만큼 강합니다. 전기력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느끼려면 병 안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어떤 초능력자가 모기 몸에 있는 원자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를 모두 제거하고 오직 양전하를 띤 원자핵만 남겼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러면 모기 몸에 남은 원자핵들은 서로를 밀어내고 결국 모기는 폭발하고 맙니다.여기서 모기의 우너자핵들이 폭발되면 그 에너지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정답은 최소 수소 폭탄 1000조 개의 위력과 맞먹습니다. 다시 말해 모기를 폭발시킨 힘은 6500만 년 전에 지구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도시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닌 에너지와 같습니다.
전기력장과 자기력장
풍선을 나일론으로 만든 옷에 문지르면 한쪽에 다른 쪽으로 전자가 이동합니다. 어느 쪽으로 전자가 이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풍선과 나일론 옷 모두 전하를 띤다는 사실입니다. 전하를 띤 풍선을 작은 종잇조각에 가까이 대면 전기력이 종이를 잡아당기고, 종잇조각은 날아올라 풍선에 철썩 달라붙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전하의 전기력이 외부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전기력장(electric force field)이라고 하는데, 전기력장은 <스타트렉>에 나오는 견인 광선처럼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전기력장 안으로 들어간 종이는 전하 쪽으로 향하는 힘을 경험합니다. 폭풍우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력장은 번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전기력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자기력장(magnetic force field)은 전기력장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막대자석과 못을 함께 두면 됩니다. 분명히 보이지 않는 힘이 자석 주위에 형성되어 갑자기 못을 끌어당기 때문입니다.
전류라는 시냇물을 운반하는 전압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전류를 높은 언덕에서 계곡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이라고 상상해봅시다. 언덕 꼭대기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가로채 곧바로 계곡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면 물레바퀴 같은 기구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곡 바닥에서 물을 가로채 떨어뜨리면 그 물을 이용하여 해낼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발전소에서 전류를 흘려보낼 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동 거리가 멀면 전류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적어집니다.
전류가 운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전압이 결정합니다. 전압은 마치 계곡을 향해 흐르는 시냇물의 높이와 같습니다. 영국 전력 회사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에서 먼 곳으로 전류를 보낼 때 출력 전압은 11만 볼트가 넘습니다. 전자가 먼 거리를 여행하면서 전선을 이루는 원자에 부딪치거나 열이 발생해 에너지를 잃더라도, 11만 볼트로 보내기 때문에 손실되는 에너지는 무시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11만 볼트는 가전제품이 버티기 힘들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맥스웰의 발견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호수에 물결파가 있는 것처럼 전기장과 자기장에도 물결처럼 파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파동은 자력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전자기파가 가시광선보다 더 빠르게 또는 더 느리게 진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헤르츠는 전기 불꽃을 일으켜 전자기파를 쏘아보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전파는 헤르츠의 실험실을 가로질러 갔고, 코일에 측정할 수 있는 전류가 흘렀습니다.
전기는 생명을 불어넣는다
전기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엄청난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기를 이용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에서도 전기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기력에서 인력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의 우너자를 뭉치게 하고, 그 분자들 바깥에서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 우리가 지구 중력으로부터 납작해지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 세포는 전기 에너지를 가두고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전자가 세포벽 주위에 전기장을 형성하는 덕분에 ATP(아데노신3인산)처럼 세포 건전지 역할을 하는 분자들이 생성됩니다.
우리는 전기적 존재입니다. 건전지가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듯이 사람도 전기력에서 생명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