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환상은 19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환상이라고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 유럽에서는 누구나 신적인 존재가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 지구에 배치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대부분 종교인이었고, 괜히 신적인 존재가 있다는 믿음에 의문을 품어 종교인들의 분노를 사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단서는 화석에서 나왔습니다. 화석은 고대 생명체의 사체가 호수나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퇴적물에 덮여 돌로 변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화석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과거에 살았던 지구 생명체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화석 중에는 공룡처럼 고대 생명체도 있지만 현생 생물과 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생명체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석이 지구 생명체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창조주가 모든 생명체를 만든 날로부터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원시 생명체가 점진적으로 진화하여 오늘날의 생명체로 진화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자연 선택하는 생물
진화는 인간과 고릴라처럼 놀랍도록 비슷한 현생 생물 종이 있는 원인을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진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생물들은 변화하는 걸까요? 그에 대한 답변을 말한 이가 바로 찰스 다윈입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섬마다 부리 모양이 다른 핀치가 삽니다. 핀치의 부리는 핀치가 사는 섬에 서식하는 견과류의 모양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크고 단단한 견과류를 먹는 핀치의 부리는 짧지만 튼튼했고 부드러운 씨앗을 먹는 핀치의 부리는 가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관찰한 다윈은 그 이유를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다만 종에 변화를 일으키는 명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각각의 생물 종이 환경에 적응하는 이유는 알지 못한 것입니다.
18개월 동안 이 문제를 고민한 다윈은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바로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라는 원리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원리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유기체는 낭비가 심하다는 것, 이것이 자연계가 가진 놀라운 특성입니다. 동물은 언제나 새끼를 많이 낳고 식물은 많은 종자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자손이 모두 섭취할 만큼의 음식은 없습니다. 결국 언제나 많은 생명체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다윈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가장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큰 개체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형진은 자손에게 전해집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존에 기여하지 않는 형질은 사라지고 유익한 형질만이 넓게 퍼지는 것입니다.
유전에 중요한 요소 DNA
유전이라는 개념은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완성됐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 구성 단위는 화학 물질을 갖고 있는 작은 세포입니다. 화학 반응을 담당하는 작은 세포소기관들로 가득 찬 자루를 말합니다. 모든 세포의 중심에는 더 작은 세포인 세포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포핵 안에는 DNA로 구성된 염색체가 있습니다.
단백질을 지정하는 DNA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멘델이 자손에게 전달한다고 믿은 형질은 유전자와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완두 표면이 주름지거나 매끄러운 것은 완두 표면의 굴곡을 결정짓는 단백질을 만드는 특정 유전자 때문입니다. 참고로 사람의 DNA 한 가닥에는 약 30억 개 정도의 유전자 암호가 있습니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2만 3000개 정도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
다윈 이론은 신적인 존재가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환상을 잊게 합니다. 다시말해 유기체가 자기가 사는 환경에 완벽하게 적합한 이유를 알려줍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의 부리가 그 섬에서 자라는 견과류를 깨먹는 데 알맞은 이유는 효율적인 부리를 가진 핀치들이 번성하여 비효율적인 부리를 가진 핀치보다 자손을 더 많이 남겼기 때문입니다. 단 한 개의 유전자가 부리 모양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유전자가 조금만 바뀌어도 핀치 배아에서 부리를 만드는 단백질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오랫동안 생존에 유리한 일련의 변화를 겪은 유기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좀 더 복잡한 모양으로 진화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닙니다. 태초에 첫번째로 나타난 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모양이 복잡해지는 방향으로밖에는 나아갈 데가 없었을 것입니다.